2024/05/05 18:54 KST
최근 던전밥을 애니메이션으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애니화가 예정된 분량이 책으로는 대략 7권~8권 정도까지라고 하더군요. 수성의 마녀 때도 1기 2기 사이에 쉬는 기간 간격을 못 버텼었는데, 던전밥은 갑자기 끊기면 진짜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e북으로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리디북스 고마워!!)
던전밥 만화 자체는 14권 분량으로 작년에 완결이 났고, 국내 정발의 경우 무려 >>지난 금요일<< 마지막 14권의 국내 정발이 이뤄졌습니다. e북으로 읽은 13권 <날개 사자> 에피소드가 후유증이 너무 강해서, 14권은 국내 정발 당일 건대 코믹갤러리에서 바로 구매해 종이책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입수 후 건대입구역 횡단보도에서 찍은 14권 표지. (띠지는 따로 보관)
곧바로 건대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12권은 <마르실>로 한 권 하고 13권은 <날개 사자>로 한 권 하더니 14권은 <파린>입니다. 크아악!!! 난 약하다..
이 아래는 던전밥을 완결까지 읽은 소감을 스포일러까지 포함해서 좀 풀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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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밥>은 요리만화라는 특성상 식욕이 가장 주된 테마로 등장하고, 당연하단듯이 모든 이야기의 운을 '식사'로 떼며 작품을 진행해 나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품의 초점은 단순 식욕에서 인간이 갖는 다양한 욕구, 특히 사회적 욕구로 이동합니다.
카블루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인 자립된 단명종 사회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캐릭터도 등장하고, 이즈츠미처럼 짐승과 인간이 섞인 인공 수인으로써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도 나옵니다. 시슬처럼 '데르갈 죽지 마 나랑 평생 살아' 하고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작가는 등장인물 중에서도 유독 터무니없는 욕구를 가진 캐릭터들이 활동하기 위한 장소로 악마가 무한히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미궁을 제공해줬습니다.
마르실은 그런 사회적 욕구의 화신같은 캐릭터입니다. 인간과 엘프의 혼혈이라 인간들도 엘프들도 따라잡지 못하는 터무니없이 긴 수명을 받았고, 그 어떤 종족과도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톨맨이든 하프풋이든 엘프든 드워프든 모든 종의 수명을 1000년까지 늘린다'는 터무니없는 목표를 가지고 마술을 공부하는 캐릭터입니다.
(잘못 적은 거 아님. 혼혈 쪽이 수명이 길고 오히려 근친혼을 반복한 순혈 쪽이 수명이 짧다는 설정)
이런 욕구를 기반으로 후반부의 마르실은 초반부의 '츳코미 담당 엘프'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 미친 카리스마의 진주인공 캐릭터가 됩니다. 처음부터 이런 남다른 욕구를 갖고 미궁을 찾았으니, 욕구를 먹고 자라는 악마의 첫번째 포섭 타겟이 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악마까지 찾아다니는 캐릭터가 다 그렇습니다만, 역시 이런 사람들의 욕구는 사회를 어지럽히지 않고서는 충족되기 힘든 욕구이며, 결국 마르실은 미궁의 겉과 속을 까뒤집어 온 세계를 '미궁 안'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으로 본인의 소원을 이루려 합니다.
욕구를 갖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마르실처럼 이상이 높아 욕구가 같이 많아진 캐릭터들이 절대 나쁜 캐릭터는 아닙니다. (사실 그런 시점에서 보면 던전밥에 '악역'은 악마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던전밥을 읽고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세계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귀결되어 나타납니다. 결국 인간 기준에서 '질서'라는 개념이 '제한된 리소스를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굳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란 게 원래 무한이란 개념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데 익숙하지 못한 족속들입니다.
이런 개념을 독자에게 와닿게 설명하기 위해 <던전밥>은 결국 다시 식욕으로 주제를 회귀시킵니다.
벌써 글적기시작한지 1시간지나서 나중에마저적겠습니다
나중에완성함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