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6 23:21 KST
육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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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중앙역 2번 출구 바로 아래에는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라는 이름으로 부대찌개 식당만 잔뜩 있는 거리가 자리잡아 있습니다. 무려 부대찌개의 원조라는 '오뎅식당'이 있는 골목이고 오뎅식당 이후로 근처에 부대찌개 식당이 우후죽순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 기준 오뎅식당 혼자 인산인해고 다른 가게들은 저녁시간에도 테이블이 드문드문 비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이 많고 웨이팅이 걸려도 부대찌개의 원조라고 하는 곳을 지나치기 힘들어, 용기를 내서 '오뎅식당' 부대찌개 혼밥에 도전해봤습니다. (다행히도 한 명 식사가 됩니다.)
무려 주인장이 직접 끓여 주십니다. 냄비에 부대찌개 재료와 양념을 넣고 맑은육수부터 부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를 하는 식입니다. 전 갑자기 맑은 국물이 나와서 조금 놀랐어요. ㅋㅋ;;
버너가 꽤 화력이 강해서, 솔직히 쫄렸습니다. 옆에 가방 올려놓고 있었는데 불 날까봐 쫄려서 바로 식탁 밑으로 내렸습니다.
조리가 됐다 싶으면 주인장 아주머니가 냄비뚜껑을 치워 주십니다.
두둥.
굉장한 비주얼. 김치 + 각종 섞어찌개 채소들 + 민찌고기 + 소시지와 스팸 + 당면이라는 쌈박한 조합입니다. 라면사리는 돈 주고 추가해야 합니다. (전 스킵. 근데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라면사리 추가할 걸 하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근본 한식 저녁식사를 하고도 11000원밖에 안 해서 라면사리 하나 추가한다고 부담이 가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요.)
굉장한 비주얼! 어떻게 만들었는지 매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흡입했습니다. 눈물 콧물 다 났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매운 음식이 크립토나이트인 제가 맛있게 먹었으면 진짜 맛있는 겁니다!!)
사실 전반적으로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냐' 하면, 사실 건더기들은 평범한 부대찌개였습니다. 당면이 유독 탄력있고 맛있긴 했지만 식당의 강한 버너로 조리를 했으니 당연히 탱탱하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양념. 오뎅식당 부대찌개 양념에는 정말로 감동이 있습니다... 제가 맛있게 먹었으면 정말 진짜 맛있는 양념인 겁니다.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글 적다보니 또 먹고 싶어졌습니다. 후루룩 짭짭...
하여간 저는 대만족! 여러분도 의정부 갈 일 있으시면 꼭 오뎅식당 들러 보시고, 의정부 갈 일이 없으시다면 오뎅식당에 들르기 위해서라도 일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의정부 전철로 집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의정부 경전철은 기관사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운전 차량이기 때문에 앞뒤 유리창이 뻥 뚫려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의 최고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로, 서울 지하철보단 훨씬 느린 속도지만 열 칸짜리 중전철인 서울 지하철과 달리 좀 앞뒤로 길다란 택시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차량이 시속 80이나 밟으며 운행하는데다 고무차륜이라 가속/감속이 꽤 빨라서 생각보다 과격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거 타고 출퇴근하면 굉장히 열받겠지만, 솔직히 가끔 관광으로 타면 괜찮을 것 같아요. 특히 기관사가 탑승하지 않는 차량 특성상 기점에서 딱히 내리라고 하지도 않아서 종착역인 발곡역에서는 종착역에 들어간 기차가 승객 태우고 그대로 후진해서 빠져나오는 귀한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얼떨결에 들르긴 했는데 하루동안 매우 즐거운 의정부 여행을 한 것 같습니다! 부대찌개 때문에라도 다음에 또 오고 싶네요. 짱!